2023.06.18
취준을 시작하면서
참 하루하루가 안 행복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뭐든 후회없이 열심히 했고,
나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무슨 능력으로
이 세상에 보탬이 될건지.
그렇게 머리 싸매면서 고민해놓고
지금 내 결론은
'모르겠다'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모르겠다'인데 내 입으로 이 말을 하네..)
혼자서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안 났다.
이러다가 혼자 수렁에 점점 빠질 것 같아서
해야할 일을 다 제쳐두고
밖으로 나갔다.
계속 생각만 하던
'안산자락길'을 걷기로 했다.
사실 나는 왕 겁쟁이다.
낯선 곳,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힘들어한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항상 집에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안산 자락길을 걸어야겠다 결심하기까지도
무려 일주일이 걸렸다.
암튼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일탈!)
생각보다 안산자락길은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혹시 뱀을 만나진 않을까?
벌레가 많아서 물어뜯기진 않을까?
산에서 길을 잃진 않을까?
온갖 걱정을 다 했는데..
주말 아침에
어르신부터 청년, 아이, 강아지까지
사람이 적당히 많았다.
(너무 복작복작하지 않은게 좋았다.)
그리고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서 그렇게 덥지도 않았다.
그냥 따뜻한 햇살, 푸른 나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내 발
이런 것들이 나를 기분좋게 했다.
웃으면서 걸었다.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첫번째 전망대스러운(?) 공간에 도착했다.
풍경은 멋졌지만 솔직히 아직 별 느낌이 안 들었다.
(바싹 매말라버린 감성ㅜ)
사실 내 목표는
'메타세콰이어 숲'을 가는 것이었다.
이때쯤 평탄한 자락길 대신
흙길인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도착!
엄청난 높이의 나무들을 보니 경외감이 들었다.
나는 한낱 작은 미물 인간.
마음이 차분해졌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짧아서 아쉬웠다..
1분도 안되게 끝났다..)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지나
계속 걸어가니 배드민턴장이 나왔다.
나 어렸을 때 배트민턴 대회 나갈만큼 좋아했었는데..
어린 시절 생각(추억X)을 하며 걷다가..
정상으로 가는 표지판이 보였다.
이 때 슬슬 다리가 아팠었는데
기왕 온 거 정상 찍고 가자 싶어서
정상으로 향했다!
내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나는 뭐든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내 모든 능력과 힘을 다 쏟아붓는다.
아부지랑 똑 닮음.
정상으로 올라가는 사진은 없다.
진짜 개 힘들었기 때문..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데
밧줄을 잡고 가야할만큼 가팔랐다.
그래도 성큼성큼 올라갔다.
책상 앞에서는 수없이 망설이면서 한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올라갔다.
나는 신체 건강하고,
시간이 있고,
정상도 두 눈으로 봤다.
못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암벽등반(?) 끝에...
사진 속 장소는 서대문독립문공원인데
내가 맨날 산책하는 곳이다.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
산책하는 내내 생각, 생각, 또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을 낸 적은 한번도 없다.
정상에 올라온 나는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 산책도 맘 편히 못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생각 그만하고 그냥 해.
그냥 해도 될 것 같아.
너는 처음 가보는 산에
혼자서 정상에 오를만큼
용기와 끈기가 있는 사람이야.
설령 그냥 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그 결과를 버티고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넌.
괜찮으니까 일단 부딪혀봐."
정상을 찍고 집으로 가는 길.
뿌듯함과 자신감으로 가득찬 상태로 하산. (*ㅅ*)
내려가는 길은 평탄한 데크길이 아니라 흙길이었는데
중간에 표지판이 없어져서 길 잃는 줄 알았다.
(이때 진짜 무서웠음 ㅇ0ㅇ)
하지만 사람들 보고, 주변 풍경 관찰하면서
어찌저찌 내려갔다.
무사히 동네에 도착!!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동네 샌드위치 집(엄청난 맛집)에서
좋아하는 메뉴를 포장해서 먹었다.
등산 후 먹어서 더 꿀맛이었다.
묵직한 샌드위치
나만 알고 싶어..
하지만 사장님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
그치만 유명해지진 않았으면..
그러나 여기 진짜 맛있어요..
미루다 일주일이나 지나서 올리는 포스팅!
사실 지금도 이력서&포폴 정리 안하고
이거 포스팅했어요.
하지만 기분은 훨씬 낫네요.
저번주에는 해야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오고,
우연이 마음에 드는 플리를 발견해 음악을 들으면서,
고요한 새벽에 글을 적으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내일은 진짜 해야할 일을 하나씩 해보겠습니다.
무기력, 이겨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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